
인공지능이 영화와 드라마 제작 현장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중국 연예계에서도 인간 배우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배우 판빈룽(潘斌龙)이 AI와 배우의 관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전병협(煎饼侠)》과 《만강홍(满江红)》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한 판빈룽은 최근 중국에서 열린 영화산업 관련 행사에서 AI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를 배우의 경쟁자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감독과 “AI가 나온 뒤에도 우리에게 할 일이 남아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AI로 제작된 단편과 장편 영상을 직접 살펴본 뒤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AI가 영상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배우가 자신의 몸과 감정으로 완성하는 연기에는 여전히 큰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판빈룽은 AI 영상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영화와 배우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더욱 귀중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이 반복적인 제작 과정과 위험한 장면을 대신한다면 배우와 제작자는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계 전문가들도 AI가 배우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제작을 지원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베이징영화학원 자오닝위(赵宁宇) 교수는 AI가 위험한 장면을 구현해 배우를 보호하고 제작 편의를 높일 수 있지만, 복잡한 인물을 창조하고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AI 배우는 일정과 체력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한 인물이 살아온 경험과 관계에서 형성되는 감정을 이해하고, 상대 배우와 호흡하며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능력까지 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AI의 확산은 배우의 종말이라기보다 배우에게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모나 인기에 의존하는 연기보다 인물에 대한 이해와 감정의 깊이, 배우만의 개성과 표현력이 더욱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진실한 감정과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AI가 영화 제작 방식을 바꾸더라도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의 역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판빈룽의 질문은 AI 시대를 맞은 중국 영화계가 기술과 인간의 창작 능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