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노인사이트 편집장,박용호] 인공지능이 외국어 문장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발음과 작문까지 교정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학교 외국어교육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 과목은 “AI 번역이 있는데 외국어를 계속 배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AI의 발전이 외국어교육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바꾸고 있다고 본다. 문장을 기계적으로 해석하거나 정답을 암기하는 수업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지만, 상대방의 의도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2026년 4월 교육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5개 부처 공동으로 ‘인공지능+교육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AI를 단순한 교육 보조도구가 아니라 인재 양성, 수업 혁신, 교육 평가와 학습환경 전반을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
지난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6 세계디지털교육대회 역시 ‘인공지능+교육: 변혁·발전·거버넌스’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과 교사 역량 강화뿐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 학생의 과도한 기술 의존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중국어교육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앞으로의 중국어 수업은 교과서 문장을 번역하고 단어를 반복해서 외우는 방식만으로는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기 어렵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자료를 탐색하고 문장을 작성하되, 결과가 정확한지 직접 검토하고 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수정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생이 AI로 중국어 여행계획이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어휘 선택과 문법, 문화적 적절성을 점검하도록 할 수 있다. 동일한 질문에 여러 AI가 내놓은 답변을 비교하거나, 한국어의 문화적 표현이 중국어로 정확하게 전달되는지도 토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AI가 제시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용자가 아니라 오류와 편향을 판단하는 학습자가 된다.
AI 번역은 문장의 표면적인 뜻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지만 대화 상대의 정서와 관계, 상황에 따른 말투까지 항상 정확하게 판단하지는 못한다. 중국어의 호칭과 경어, 사자성어, 인터넷 유행어, 지역별 표현처럼 사회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언어 요소는 단순한 단어 대체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외국어를 직접 배운 사람과 번역기에만 의존하는 사람 사이에는 문화적 맥락을 읽는 능력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어교육은 AI와 경쟁하는 교육이 아니라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발음과 기초문법은 AI로 반복 연습하더라도 교실에서는 실제 대화와 토론, 협업, 문화 비교, 문제 해결 활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역할 역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에서 학생이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도록 지도하는 조력자로 바뀌어야 한다.
입시와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도 함께 요구된다. 현재 제2외국어가 주변적인 선택과목으로 취급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AI를 활용한 새로운 수업을 시도할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러시아어·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를 독립적인 외국어 선택영역으로 보장하고,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AI 시대에 외국어교육의 목적은 단어를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 평가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AI가 제공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자신의 생각을 책임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AI가 번역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공감까지 대신 형성해 주지는 못한다.
중국어교육도 이제 “AI가 있으니 외국어가 필요 없다”는 질문을 넘어 “AI와 함께 어떤 중국어 능력을 길러야 하는가”에 답해야 한다. 그 해답은 단순 번역이나 암기가 아니라 의사소통, 문화이해, 비판적 사고와 국제적 협력 능력을 중심에 놓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