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에르바티움 ‘쌀 막걸리(RICE MAKGEOLLI)’. (사진제공=빌라 에르바티움)
프랑스 그라스 국제향수박물관(MIP)의 ‘26 Icons of Asia’ 전시가 개막 첫 주를 보낸 가운데, 한국 브랜드로 이름을 올린 VILLA ERBATIUM(빌라 에르바티움)의 하민서 대표가 출품작 ‘쌀 막걸리(RICE MAKGEOLLI)’에 담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작업의 출발점을 막걸리라는 술 자체보다 쌀이 술이 되기까지 흘러가는 시간에 두었다고 설명했다.
공식 선정의 의미를 묻자 하 대표는 “단순히 브랜드나 제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향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향수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에서 브랜드의 향을 소개하는 일 자체도 뜻깊지만, 그보다 무게를 둔 것은 향에 실어 보낼 이야기였다는 얘기다.
수많은 향 가운데 RICE MAKGEOLLI를 고른 까닭으로는 이 향에 한국적인 이야기가 가장 선명하게 들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쌀과 누룩, 발효, 그리고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는 “막걸리는 재료만 있다고 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을 거쳐 만들어진다”며 그 과정에 한국 문화 특유의 정서가 배어 있다고 봤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막걸리의 냄새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 대표는 “막걸리 냄새를 그대로 재현하는 향수라기보다 쌀과 발효문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감정을 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음료의 향을 복제하는 대신 그 음료가 태어나는 과정을 향의 주제로 삼았다는 뜻이다.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발효가 시간을 건너뛸 수 없듯 향수 역시 여러 향료가 만나 조화를 이루기까지 조향사의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빠른 결과를 요구하는 시대일수록 기다리는 시간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기는 한국 발효문화의 태도를 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전시장에서 쌀 막걸리 향수 한 병을 넘어선 설치로 구현됐다.
하 대표는 향만 맡고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향이 만들어진 문화적 배경까지 경험하는 전시를 원했다고 말했고, 이에 따라 논과 자연을 담은 영상, 실제 벼, 한국 전통 현악기의 소리, 쌀과 누룩, 전통 도자기 오브제가 향을 둘러싸게 됐다.
다음 단계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출발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국제적으로 공감받을 수 있는 향을 계속 만들겠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적인 소재라고 해서 반드시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표현할 필요는 없다”며 문화와 감정을 현대적인 조향과 디자인, 예술적 경험으로 다시 풀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화학을 전공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조향을 공부했고, 서울시 공식 향수 ‘Scent of Seoul’의 향을 창작했다. 그가 이끄는 VILLA ERBATIUM의 전시는 약 6개월간 이어지며, 브랜드 소식은 공식 홈페이지(www.villaerbatium.com)에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