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고속도로 위, 은빛 비늘로 돋아난 우리 시대의 귀향(歸鄕)

-명절 고속도로, 은빛 장어가 되어 거슬러 올라가는 사랑의 기록.

-은빛 장어의 비늘 사이로 흐르는 참기름 냄새, 우리네 고향.

-달을 부치는 어머니, 송편이 된 아버지: 시인이 그린 명절 소묘.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은빛 장어의 귀향/ 김종일

 

명절 고속도로는

고향을 향해 엎드린 은빛 장어

 

우리는 그 비늘 사이에 낀

참기름 냄새 나는 꿈 하나

 

엄마는 달을 부치고

아버지는 송편처럼 부푼다

 

얇은 지폐 한 장

아이의 주머니를 떠나

문구점 우주로 사라진다

 

식혜처럼 가라앉은 피로 위

따뜻한 소란이 잠시 떠 있고

 

배부른 한숨

다시 길 위에 눕는다

 

===============

 

김종일 시인의 시 「은빛 장어의 귀향」은 명절날 고속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량의 행렬을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생명력 넘치는 장어에 비유하며 귀성길의 풍경을 묘사한다. 작가는 고향으로 향하는 가족들의 소박한 꿈과 부모님의 정성 어린 손길, 그리고 아이의 순수한 기쁨을 감각적인 언어로 포착하여 한국적인 정서를 따뜻하게 그려냈다. 특히, 명절의 시끌벅적한 소란 뒤에 찾아오는 노곤함을 식혜의 침전물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들의 현실적인 뒷모습을 통찰력 있게 담아냈다.

 

이 시는 명절이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지친 현대인들이 본능적으로 위로를 찾는 과정임을 강조하며 삶을 버티게 하는 가족의 사랑을 조명한다. 결국, 시인은 고단한 귀성길 속에 담긴 따뜻한 생동감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축복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세월의 마디를 수없이 넘겨온 어느 시인의 눈에 비친 명절의 풍경은 이제 더는 단순한 민족의 이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건 거대한 생존의 몸부림이자, 잊히지 않는 시원(始源)을 향한 본능적인 소구(遡求)라고 첨언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 소개하는 김종일 시인의 「은빛 장어의 귀향」은 그 치열하고도 따뜻한 생의 한 장면을 '은빛 장어'라는 절묘한 비유로 길어 올렸다.

 

시의 첫머리에서 시인은 명절 고속도로를 "고향을 향해 엎드린 은빛 장어"로 명명한다. 아스팔트 위를 가득 메운 차량의 행렬을 차가운 기계의 움직임이 아닌,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생명체의 역동성으로 치환한 것이다.

 

우리는 그 장어의 비늘 사이에 낀 "참기름 냄새 나는 꿈 하나"로 존재한다. 팍팍한 도시의 삶에서 묻혀온 먼지를 털어내고, 고소한 고향의 냄새를 품으려 애쓰는 우리네 소박한 소망이 이 짧은 구절에 오롯이 담겨 있다.

 

게다가, 압권은 부모님을 묘사한 대목이다. "엄마는 달을 부치고 / 아버지는 송편처럼 부푼다." 자식들 먹일 전을 부치며 둥근 달(희망)을 함께 부쳐내는 어머니의 손길과, 자식들의 성장을 대견해하며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 아버지의 모습은 한국적 서정의 정점이다.

 

이어지는 "문구점 우주로 사라지는" 아이의 세뱃돈 이야기는 해학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얇은 지폐 한 장이 아이에게는 온 우주를 살 수 있는 가치였다는 통찰은, 삶의 작은 기쁨이 어떻게 거대한 행복으로 치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시의 말미, "식혜처럼 가라앉은 피로"와 "따뜻한 소란"의 대비는 일반인이 아닌 시인만이 포착할 수 있는 삶의 이중주다. 명절의 소란함은 잠시 떠 있는 것일 뿐, 결국 우리는 다시 생업이라는 길 위에 몸을 눕혀야 한다. 하지만, 그 '배부른 한숨'이 있기에 우리는 또 한 계절을 버틸 힘을 얻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시는 단순한 향수를 넘어, 길 위에서 생을 일구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은빛 장어처럼 펄떡이는 생명력을 잃지 않고 다시 길을 나서는 우리 모두의 뒷모습에, 시인은 '참기름 냄새 나는' 축복을 조용히 얹어주고 있다.

 

작성 2026.02.18 01:01 수정 2026.02.1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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