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형목사(올리벳대학교) 로마서가 말하는 참된 예배자의 길


밀레의 '만종'이 보여주는 일상의 경건함처럼, 로마서 12 1-2절을 바탕으로 진정한 영적 예배와 산 제물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장재형 목사의 깊은 신학적 통찰을 통해 세대를 본받지 않고 일상 속에서 복음과 은혜를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의 참된 변화를 안내합니다.


1859,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는 캔버스 위에 웅장한 대성당의 첨탑이나 화려한 금빛 제단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거칠고 투박한 감자밭, 그리고 해 질 녘 들판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는 두 농부의 모습이었다. '만종(The Angelus)'이라 불리는 이 위대한 명화 속에서, 농부들의 발밑에 놓인 흙 묻은 쇠스랑과 감자 바구니는 그 어떤 성물의 자리보다 더 거룩하게 빛난다. 밀레의 이 그림은 종교적 경건이 화려한 성전의 휘장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땀 흘리는 노동과 일상의 흙먼지 한복판에서 우리의 숨결을 통해 완성된다는 묵직한 진리를 대변한다. 이는 피비린내 나는 희생 제물의 시대를 끝내고, 살아 숨 쉬는 우리 자신의 삶을 제단 위에 올리라는 사도 바울의 혁명적인 선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핏빛 제단을 넘어선 은혜, 일상으로 스며들다


구약의 예루살렘 성전은 끊임없이 동물의 피가 흐르는 비극적이고 처절한 공간이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무고한 어린양과 염소들이 기드론 골짜기를 붉게 물들이며 끊임없이 죽어갔다. 피 흘림 없이는 사함이 없다는 엄위한 율법 아래서, 제사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당신의 몸을 찢고 물과 피를 쏟으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단번에 드려진 영원한 제사가 완성되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진 성전 휘장은 더 이상 죽은 짐승의 피가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은혜의 시대가 열렸음을 우주적으로 선포하는 사건이었다.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담아낸 장재형목사(올리벳대학교)의 강해는 바로 이 놀라운 구원론적 전환점을 예리하게 조명한다. 그는 설교를 통해 이제 우리는 짐승의 목숨을 바치는 대신, 구원받은 자의 호흡과 지정의가 담긴 '전인적인 삶' 전체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단순히 죽어 있는 의식을 폐기하는 것을 넘어, 펄떡이는 생명력을 지닌 일상의 예배로 우리를 부르시는 위대한 초대다.


성전 문밖에서 시작되는 참된 영적 예배의 호흡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참된 예배는 그리심산이나 예루살렘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얽매이지 않으며, 오직 영과 진리로 드려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이는 주일 하루, 지정된 성소 안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 드리는 예배만이 전부가 아님을 의미한다. 깊은 신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장재형 목사는 예배가 제도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에 갇히는 순간, 그 본질을 잃고 화석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계한다.

그렇다면 영적 예배의 진정한 무대는 어디인가? 다름 아닌 우리의 치열하고 때론 남루한 일상이다. 히브리서 13장이 증언하듯, 형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힘쓰며 소외된 이웃의 짐을 함께 짊어지는 섬김의 행위가 곧 하나님이 가장 기쁘게 받으시는 제사다. 일주일의 엿새 동안 세속의 욕망에 타협하고 이기적으로 살다가, 주일에만 거룩한 옷을 입는 것은 바울이 말한 영적 예배와 거리가 멀다. 일터와 가정, 그리고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모든 땅이 제단이 되어야 하며, 우리의 온몸과 온 삶이 십자가의 복음을 증명하는 도구로 쓰임 받아야 한다.


영문 밖으로 나아가는 십자가, 그 치열하고 거룩한 헌신


구약시대 속죄일의 희생제물은 그 피만 대제사장에 의해 성소로 옮겨졌고, 육체는 진 밖에서 남김없이 불태워졌다. 세상의 모든 죄악과 치욕을 온몸으로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 역시 평안한 예루살렘 성문 안이 아니라, 영문 밖 갈보리 언덕에서 참혹한 고난을 받으셨다. 이번 본문을 해설하며 장재형 목사가 거듭 역설하는 산 제물의 극적인 예시는, 바로 주님이 걸어가신 그 영문 밖으로 우리도 기꺼이 짐을 지고 나아가는 삶이다.

이것은 자신의 유익과 안락한 종교적 울타리를 과감히 포기하고, 타인의 상처와 세상의 고통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십자가의 길이다. 시편의 다윗이 눈물로 고백했듯 하나님이 진정으로 구하시는 제사는 값비싼 번제가 아니라 '상하고 통회하는 심령'이다. 거저 받은 구원의 은혜에 감격하여 이웃의 아픔에 애통해하며, 진실한 사랑과 인애를 일상에서 실천할 때 우리의 평범한 삶은 하늘에 닿는 향기로운 제물로 승화된다.


세대를 거스르는 마음의 갱신,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단


그렇다면 흙먼지 이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이 거룩한 산 제사의 삶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 2절에서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으라"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현대 사회는 끝없는 물질만능주의와 타인을 짓밟아야 내가 사는 무한 경쟁, 그리고 찰나의 쾌락을 최우선으로 삼는 이기주의를 끊임없이 주입한다. 만약 우리가 깊은 성경 묵상으로 깨어있지 않다면, 우리의 신앙마저도 이러한 세상의 탐욕스러운 문화에 은연중에 순응하고 변질되기 십상이다. 장재형 목사는 이 지점을 짚어내며, 겉치레에 불과한 외부의 제도적 개혁보다 내면의 본질적인 변화, 즉 심령의 갱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거짓된 세상의 가치를 예리하게 분별하고 저항하기 위해서는 십자가 앞에서 자신을 부인하고, 성령님께 우리 내면의 주도권을 전적으로 내어드려야 한다. 매일의 치열한 영적 전투 속에서 마음의 갱신을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깨달을 수 있다. 요한계시록의 네 생물이 온몸의 눈을 들어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고 찬양하듯, 장재형 목사의 당부처럼 진정한 예배자는 세상의 화려한 유혹 앞에서도 시선을 오직 그리스도께 고정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매일이 세상의 풍조를 거스르는 거룩한 저항이 되고,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손길이 될 때, 세상은 비로소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복음의 능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삶이 곧 예배가 되고 예배가 곧 삶이 되는 그 영광스러운 부르심 앞에, 오늘 밀레의 농부들처럼 겸손히 고개를 숙이고 우리의 일상을 제단 위에 정성껏 올려놓자.


davidjang.org




작성 2026.02.19 21:30 수정 2026.02.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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