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나눔] 빛이 있을 동안에

요한복음 12장 34–43절

빛이 있을 동안에

 

 

요한복음 12장은 예수 사역의 마지막 국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예루살렘 입성 이후 예수는 자신의 죽음과 영광을 동시에 언급한다. 군중은 그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유대인들이 알고 있던 메시아 사상은 단순했다. 메시아는 영원히 왕으로 남아 이스라엘을 회복시키는 존재라는 기대였다. 그래서 군중은 질문한다. “율법에는 그리스도가 영원히 계신다고 하였는데 어찌하여 인자가 들려야 한다고 말하는가.”

그러나 예수의 메시지는 정치적 기대나 민족적 희망을 넘어선다. 예수는 자신을 ‘빛’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 빛이 세상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경고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교리 설명이 아니다.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적 선언이다.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 걸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당시 군중뿐 아니라 오늘의 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대인들이 기대한 메시아는 정치적 왕에 가까웠다. 로마의 지배에서 해방시키고 다윗 왕국을 회복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이 ‘들려야 한다’고 말한다.

요한복음에서 ‘들림’은 단순한 높아짐이 아니다. 십자가 사건을 의미한다. 인간의 시선에서 보면 실패와 죽음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에서 보면 구원의 길이다.

군중이 혼란스러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시아가 죽는다는 개념은 그들의 신학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승리하는 메시아를 기대했지만, 하나님은 희생하는 메시아를 보내셨다.

이 차이는 인간의 기대와 하나님의 계획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간극을 보여준다.


 

예수는 논쟁을 길게 이어가지 않는다. 대신 더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빛이 너희 가운데 조금 더 있을 동안에 다녀라.”

이 말씀은 긴박한 경고다. 빛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빛을 거부하면 어둠이 찾아온다.

요한복음 전체에서 빛은 예수를 의미한다. 예수는 세상에 진리를 비추는 존재다. 그러나 빛이 비춰도 모든 사람이 그 빛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언제나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 빛을 따라가면 새로운 삶이 열린다. 그러나 어둠을 선택하면 길을 잃게 된다.

예수는 단순히 믿으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빛의 아들이 되라고 말한다. 이것은 존재의 변화까지 요구하는 선언이다.


 

요한복음은 매우 현실적인 장면을 기록한다.

많은 지도자가 예수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바리새인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종교 사회에서 회당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단순한 종교적 처벌이 아니었다.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네트워크가 동시에 끊어지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믿음을 마음속에만 간직했다.

이 장면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많은 사람이 마음속으로는 진리를 인정하지만 공개적인 선택을 주저한다. 사회적 관계, 명예, 직업, 인간관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은 이 상황을 숨기지 않고 기록한다. 믿음의 현실적인 긴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본문 마지막 구절은 강렬한 평가를 남긴다.

“그들은 하나님의 영광보다 사람의 영광을 더 사랑하였다.”

이 문장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람의 인정과 평판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은 다른 기준을 요구한다.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이다.

사람의 영광을 선택하면 믿음은 점점 침묵하게 된다. 반대로 하나님의 영광을 선택하면 때로는 불편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요한복음은 이 선택을 회피하지 않는다. 신앙은 단순한 사상이나 감정이 아니라 영광의 방향을 선택하는 삶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2장 34–43절은 매우 현실적인 신앙의 장면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메시아를 기대했지만 예수의 길을 이해하지 못했다. 빛이 세상에 왔지만 많은 사람은 그 빛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심지어 믿었던 사람들조차 공개적으로 고백하지 못했다.

이 본문은 오늘의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빛 가운데 걷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믿음을 숨기고 있는가.

예수의 메시지는 여전히 동일하다.

“빛이 있을 동안 그 빛 가운데서 걸어라.”

빛을 따르는 사람은 어둠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빛은 인간을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3.17 08:49 수정 2026.03.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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